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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경과 한음의 극적인 대화 ☆
  • 등록일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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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1,431

1566년 추석명절이 곧 지나자마자 늦가을 비가 많이 왔다. 나라에서는 백성들의 농사일과 동향이 염려되었다. 비가 멈추자, 이준경은 입궁하여 일찍 조회를 끝나고 돌아올 때 여유를 갖고 한양 주변의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준경은 몸이 쇠약해져서 다리가 아플 때면 의례히 미리 준비하여서 가마꾼을 데리고 다녔다.

이날도 비가 많이 와서 범람하는 한강 주변과 아직 추수를 끝내지 못한 마을을 살피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체되고 해가 짧아지는 것이 염려되어 길을 재촉하여 빠른 길을 택하여 서둘렀다. 그런데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와서 길에 물이 고이고 질척하여 잘 다니지 않은 다른 길을 택하여서 돌아서 집으로 와야 했다. 그 길은 가마가 행차하기에 크게 넉넉하지는 않았다.

길 중간에 들어섰을 때, 어린 꼬마들이 모여서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인들이 외쳤다. “대감님 행차시다! 애들아! 길을 비켜라!” 그러나 아이들은 그대로 신나게 놀이에 빠져서 정신이 없었고, 가마 행차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자 하인이 다시 크게 외쳤다. “물렀거라! 대감 행차시다.” 하니, 그때 아이들 중 하나가 가마 행차 앞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늠름하게 말했다.

군자 대로라고 하는데 왜 지체 높으신 분이 어찌 이곳으로 지나가시면서 저희들이 노는 흥을 깨시는 겁니까? 이곳은 예전부터 우리들이 항상 노는 곳입니다. 예절을 아시는 분이시라면 저희의 놀이가 끝나면 지나가시든지 비켜서 가십시오.”

이 꼬마의 다부진 소리를 가마 안에서 들은 이준경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꼬마를 유심히 보았다. 꼬마의 눈에서 보지 못했던 새 기운의 총기를 느끼고 이준경은 감심을 했다. “그래, 너의 말이 옳다. 하마터면 우리가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망가뜨릴 뻔했구나! 우리가 잘못되었다.” 하며 하인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 나라의 동자들의 즐거운 안식처인 보금자리를 어찌 깨겠는가! 길을 비켜서 가마를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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